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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저녁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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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식사당번이 된 지 1년쯤 지났다


집에 오면 4시쯤 되니 자연스럽게 내가 식사당번이 됐다


말이 식사당번이지 무언가 음식을 만드는 건 거의 없다


밥솥에 밥 올리고 국 끓이고 마트에서 사 온 반찬들 꺼내고


힘든 건 없다 


나는 저녁 식사를 5시부터 차린다



어머니가 기억을 잃기 시작한 지 2년쯤 지났다


퇴근하고 오면 저녁은 먹었니? 라는 말로 


어머니는 날 반겨주신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하신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먹을 게 없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콩나물이라도 사 와서 국 끓일까?


먹을 게 없네


내가 차릴게 신경 쓰지 마시라 해도


너가 뭘 할 줄 아냐는 타박뿐이다


수도 없이 열리는 냉장고와 밥솥


결국 난 5시부터 저녁을 차린다



아빠도 안 왔는데 벌써 밥 먹게?


기운이 쭉 빠지고 그 빠진 공간으론 짜증이 차오른다


짜증을 꾹 누르고 


아버지 오면 밥 먹게 들어가서 쉬어


나도 방으로 들어간다


평소엔 핸드폰이나 만지면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10분이나 지났을까 어머니는 밥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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