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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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3 17:25
내가 식사당번이 된 지 1년쯤 지났다
집에 오면 4시쯤 되니 자연스럽게 내가 식사당번이 됐다
말이 식사당번이지 무언가 음식을 만드는 건 거의 없다
밥솥에 밥 올리고 국 끓이고 마트에서 사 온 반찬들 꺼내고
힘든 건 없다
나는 저녁 식사를 5시부터 차린다
어머니가 기억을 잃기 시작한 지 2년쯤 지났다
퇴근하고 오면 저녁은 먹었니? 라는 말로
어머니는 날 반겨주신다
그리고 저녁을 준비하신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먹을 게 없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콩나물이라도 사 와서 국 끓일까?
먹을 게 없네
내가 차릴게 신경 쓰지 마시라 해도
너가 뭘 할 줄 아냐는 타박뿐이다
수도 없이 열리는 냉장고와 밥솥
결국 난 5시부터 저녁을 차린다
아빠도 안 왔는데 벌써 밥 먹게?
기운이 쭉 빠지고 그 빠진 공간으론 짜증이 차오른다
짜증을 꾹 누르고
아버지 오면 밥 먹게 들어가서 쉬어
나도 방으로 들어간다
평소엔 핸드폰이나 만지면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냉장고 한 번 밥솥 한 번
10분이나 지났을까 어머니는 밥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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