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하루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하루다
내 업무는 여러사람들에게 굽신굽신 하는 업무다
못하면 죄송합니다. 잘해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냥 회사에서는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댕기는데
평상시는 괜찮다가 가끔 피곤하거나 그러면 그 가면이 벗겨질 때 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 중 하루였다.
집에서는 그리 친절하지 못한다.
밖에서 너무 감정소비를 많이 해서인지
집에서 더 친절해야 하는데, 우리 가족들에게 그러하지 못했다.
반성한다.
그래도 집에서도 날 대우 안 해 주면 난 어디서 내 감정을 다스린단 말인가.
피곤한 하루를 겨우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좀 쉬고 싶은데 집에서도 내 일이 있다.
가족을 돌 보는 일은 부부가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인걸 알지만
전업인 주부가 조금 더 해 주면 안 되는것인가?
왜 이건 이렇거 저건 저렇고 하면서 잔소리를 하는가
하고 있는데 하기 싫게...
생일이었다.
생일선물 뭐 받고 싶냐는 말에
한동안 멍 했다.
갖고 싶은게 없다.
아니 갖고 싶은건 있지만
내가 이걸 사면 우리 애들한테 줄 게 없어지지 않을까?
괜찮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며 결국 못 골랐다.
이 세 가지 요인들이 겹치면서
감정이 뒤엉켰다.
내가 회사에 너무 충성하는거 아닌가?
늦게까지 회사에 있어서 머 하자는 건가?
회사에 있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회사에 너무 오래 있으니 가정에 소홀해 지는거 아닌가?
이런 맘으로 집에 일찍 귀가 했는데
집에 와보니 내 자리는 없는 느낌...
나만 겉 돌고 있는거 같고...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에서 집중해서 일을 하다 보니 늦게까지 하게 되면 가정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그래서 집에 와서 가족들과 보내려는데 생각보다 만족감을 못 느끼니 끝내지 못한 회사 업무가 생각나고...
거기다 생일선물에 대한 물음에
나는 비싼거 받으면 안 되나? 왜 내가 구질구질하게 싼거만 생각하나?
내가 번 돈으로 우리 가족이 먹고 살고 있는데
우리 애들과 부인은 생활비로 비싼거도(사치한다는 건 아님) 잘 사입고 그러는데
그런건 괜찮은데
왜 나는 유독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나에 대한 선물에도 이리 엄격할까?
과연 내가 행복한가?
이런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금 상태는
그냥 아무 의욕 없음.
아무것도 하기 싫음
이런 상황이 잘 넘어가 주기를 바라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