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력 가해자가 성평등 심리상담읽음

조문희 기자

퇴학 권고 받은 대학원생

인권센터 조사 와중에 개설

피해자 반발에 뒤늦게 폐쇄

[단독]성폭력 가해자가 성평등 심리상담

성폭력을 저질러 학내 인권센터로부터 퇴학 권고를 받은 대학원생이 ‘성평등 관점의 상담’을 내세운 심리상담센터를 열어 피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대학원생은 뒤늦게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이모씨(31)는 석·박사 과정 4년 동안 석사과정 여학생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 피해 여학생들은 지난 2월 학내 인권센터에 이씨를 신고했다. 해당 대학 인권센터 인권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학교 측에 이씨의 퇴학을 권고했다.

5월 인권대책위는 “이씨의 행위가 인권침해, 성희롱,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봐 퇴학 처분, 성인지 교육 이수, 공개 사과문 게시를 권고했다”며 “학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연구환경을 제고하기 위해 사건을 공개한다”고 했다.

이씨는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3월 서울 모처에 심리상담센터를 차렸다. 홈페이지 소개에는 “성평등 관점의 상담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여성주의 관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여성이 진보적일수록 우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진보적 여성들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라고도 적었다.

피해 학생 ㄱ씨는 “여성주의와 성평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폭력 가해자가 여성, 아동, 청소년을 심리상담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피해자 ㄴ씨는 “개강 이후 학교에서 이씨와 마주치게 될까 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이 징계위원회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원 관계자는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에 따르면 징계 통보는 징계 대상 학생과 해당 학과장에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제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향신문 취재 이후인 지난 9일 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들이 불편해한다는 걸 알았다면 애초 심리상담센터를 열지 않았다. 사업자등록도 말소하겠다. 다른 업종으로 이미 취직도 마쳤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성인지 교육도 이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5월 내놓은 사과문에서 “조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인했고 저의 잘못된 행동을 모두 인정했다”며 “잘못된 삶의 태도를 반성하고 변화시킬 기회를 주신 원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사과 후에도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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