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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뺑소니

박신혜 1 867 0 0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밟았는데, 속력이 너무 높았던지라 별 소용이 없었다. 


“끼이이익!! 쿵!!”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는 결국 차 앞을 지나가던 어떤 물체와 부딪히며 둔탁한 충돌소리를 냈다.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차를 멈춘 후에도 귓가에 윙윙거리려 날 괴롭혔고, 그 괴로움 뒤에 맞닥뜨린 

두려움과 당혹스러움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들부들 떨려오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방금 뭐였지? 사람이었나?’


고개를 억지로라도 일으켜 나가떨어진 그 어떤 물체를 쳐다보려고 했지만 고개를 들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행여나 사람이라도 쳤다면, 또 그 사람이 죽었다면 내 인생은 말 그대로 끝나는 것이기에 더욱 힘들었다. 

4초? 5초 정도의 갈등을 깨고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하얗게 비추는 헤드라이트 

너머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애석하게도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차가운 아스팔트에 

누워있었다. 


‘설마 죽은 거야?’


나는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가,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서자 핏물이 점차 번지는 

아스팔트 위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팔다리의 관절이 뒤틀렸는지 제각각 놀고 있는 

몸뚱이와 피를 철철 흘리는 머리통.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생기 없는 눈동자. 죽은 게 틀림없었다. 

나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차로 들어갔다.


“씨발



초보운전 주제에 스피드 좀 내보겠다고, 늦은 밤에 나와서 달리는 게 아니었다. 

자동차 할부도 안 끝난 주제에, 겁 없이 밤거리를 질주하던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있는 힘껏 자동차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빡!!”


이상하리만큼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나는 핸들에 머리를 맞댄 상태로, 짧은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119를 불러야하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감옥에 잡혀갈까?’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 순간, 머릿속에 더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이고, 인적도 드문 도로라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는 생각에, 이러면 안 되지만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나는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엔진소리에 가슴이 끓어올랐다. 

나는 재빨리 쓰러져 있는 사람을 지나쳐, 차를 반대 차선으로 돌렸다. 

뺑소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뺑소니를 내가 직접 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차를 완벽하게 돌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사이드미러로 할아버지 하나가 보였다. 


‘아까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아래 서있었는데, 꼭 내 차번호를 외우고 있는 거 같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분명히 사람이 없었는데”


잠시나마 차를 돌려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온갖 잡생각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내 머리에 아주 지독한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사실, 지금 내가 돌아가서 차에 치인 사람을 병원에 데려다주더라도 할아버지의 증언 한 방에 

파렴치범으로 몰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냥 이대로 뺑소니를 하더라도 저 목격자인, 할아버지가 있는 

이상,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사고를 목격한 할아버지였다. 

나는 다시금 차를 돌려 할아버지를 향하게 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주위를 살피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도로를 가로질러 차에 치인 시체 옆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고의적으로 그 할아버지를 향해 달렸다. 



“쿵”



아까와 비슷한 충돌소리와 함께 할아버지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다만 방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속도를 줄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에 내팽겨진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냅다 달렸다. 룸미러로 부러진 지팡이와 함께, 

바닥에 처박힌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끈거리던 두통이 말끔히 가셨다.


‘즉사했겠지?’ 


이로써 목격자 따위는 없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자, 발바닥에서부터 전해오는 

야릇한 안도감에 온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그 떨림은 집에서까지 계속되었다.










며칠 뒤,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나를 뺑소니 범이라며 잡아갔다. 










“이 새끼 악질입니다. 악질! 고의적인 뺑소니라고요,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에요!”


입에 담배를 문 형사하나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사람을 저렇게까지 몰아가나? 

따지고 보면 엄연한 나의 실수였다. 감시카메라에 찍힌 줄도 모르고 혼자 쇼를 해댔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다니, 제대로 당했다. 

하지만 감시카메라보다 나를 화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덕분에 나는 실수로 사고를 저지른 뺑소니 범에서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악질 살인마가 되어 버렸다. 

그 할아버지만 죽이지 않았어도, 죄가 이렇게 무겁지는 않을 텐데. 

사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잘못이 크다. 



‘장님 주제에, 밤에 도로 주변을 싸돌아다니다니, 그러니까 차에 치이지.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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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PPAP 2017.09.12 17:41  
씨발??????? 씨발????

발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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