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그때 그 부장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부자들'은 우민호 감독의 첫 흥행작이었다
윤태호 작가의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라서, 영화의 성공에는 연출보다는 원작의 힘이 컸다는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내부자들'이 되었다
'내부자들'의 성공을 뒤로 하고 우민호 감독은 차기작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실제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김치 먹은 파블로 에스코바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한국판 '스카페이스' 혹은 '나르코스' 꿈꿨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송강호를 필두로 배두나, 야나두 등 충무로의 쟁쟁한 배우들로 꽉 채운 '마약왕'은 한마디로 망했다
그러고보니 '더 킹'에서도 정우성, 조인성 두 주인공들보다 돋보였던 그녀였다
(그의 연출작들 가운데 '내부자들'이 유일하게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
김충식 작가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며 2년간 연재했던 취재기를 엮은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원작자는 전두환 정권 당시 '중공기 불시착 보도'를 이유로 안기부에 연행되어 실제로 남산에서 고문을 당했다
"박정희 시대는 중앙정보부가 열었다. 3선 개헌, 유신개헌의 견인차도 정보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10.26 암살로 그 시대를 닫아버린 것도 정보부였다.
안보파수꾼, 외교주역에서부터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문학/예술 사상평가,
심지어 여색(女色)관리, 밀수, 암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올마이티의 권력중추였다."
책은 중앙정보부를 중심으로 제3~4공화국을 풀어놓았다
9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지만 정사와 비사를 함께 다뤄서 마냥 무겁고 딱딱하진 않다
근현대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다
그리고 '남산의 부장들'이 다룬 이 시기를 관통하는 또 한편의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가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근혜와 박지만이 상영금지청구를 낸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2년 뒤, 피청구인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때 그사람들'은 유신정권의 끝인 10.26 사건에 집중하였고, '남산의 부장들'은 유신정권 말기의 김형욱 실종사건 즈음을 다룬다
시대가 맞물리는만큼 두 작품 속에서도 겹치는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유신정권 마지막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각각 백윤식과 이병헌이 연기했다
중앙정보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조직이었고, 김재규는 이 조직의 수장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저녁 궁정동에서 박정희 살해를 주도하였다
살해 의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각적 해석이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재규는 길었던 유신독재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 작품 모두 실명인 김재규를 쓰지 않고 각각 김 부장과 김규평 부장으로 등장한다
유신정권 최장기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한 김형욱은 곽도원이 맡았다
안경 쓴 모습이나 풍채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곽도원이 연기한 조검사와 흡사하다
중정부장을 맡는 동안 온갖정치공작을 펼친 인물이며, 박정희에게 토사구팽 당한 후 미국으로 망명하여 유신정권의 실상을 폭로하였다
이후 197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되었다
그의 행방불명을 두고 많은 도시괴담이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킹스맨 2의 햄버거 패티를 떠올리면 된다
10월 26일 이전에 실종되었기 때문에 '그때 그사람들'에서는 김형욱이 등장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실명인 김형욱을 쓰지 않고 박용각 부장으로 나온다
공개된 시놉시스에서 그려진 '한국과 미국을 오간 로비스트'는 김소진이 연기했다
시대적 배경으로 보았을 때 코리아게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박동선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박동선은 청와대와 중앙정보부로부터 건내받은 자금을 미국 의회에 로비했다
미 당국이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였고,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 미국으로 망명한 김형욱의 폭로였다
김형욱과 마찬가지로 '그때 그사람들'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인물의 성별도 여성으로 바뀌었고, 박동선이란 실명 대신 데보라 심으로 등장한다
유신정권 마지막 대통령경호실장 차지철은 각각 정원중과 이희준이 맡았다
박정희의 2인자 자리를 두고 김재규와 대립각을 세웠다
궁정동에서 사건이 일어난 저녁에 박정희 대통령, 김계원 비서실장, 김재규 중정부장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그날 밤 박정희와 함께 살해되었다
두 작품 모두 실명 대신 각각 차 실장과 곽상천 경호실장으로 나온다
차지철 역할을 위해 이희준은 체중을 늘렸다고 한다
시놉시스에 쓰여진 묘사를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국회, 정당, 헌법, 군, 경찰보다 우위에 있는 기관인 중앙정보부 그리고 그 중앙정보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자"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3선 개헌과 10월 유신을 거쳐 대한민국 최장기 재임 대통령이 되었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에게 살해되었다
실명 대신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각하,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통으로 등장한다
+
박정희가 살해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국군보안사령관을 역임하던 육군중장이 중앙정보부장(서리)를 겸임하게 된다
현직 군인이 중앙정보부장을 겸임하는 것은 중앙정보부법을 위반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는 대내외 정세와 북괴의 도발로부터 안정 도모라는 이유를 내세워 군과 민간의 정보망을 장악한다
*서리(署理)- 특정 조직에서 결원이 생긴 경우, 다른 사람이 그 권한을 대행하는 것
소리주의!!
이후 그는 중앙정보부장을 거쳐 대통령에 올라 대한민국 제5공화국의 문을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