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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ep 13 제갈첨. 그의 사망원인은 한(漢)의 재흥과 제갈량의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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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볼 14번째 인물은 ㄱㄱㄹㄷㅎ님이 제보해주신 촉한의 우리 승상! 그의 아들인 제갈첨입니다.




자는 사원(思遠)입니다. (방통의 자인 사원과는 다른 한자입니다.) 





코에이 삼국지를 하는 분들이라면 아는 중신특성 신산귀모(사기 스킬) 보유자 제갈량을 아버지로 두고,




어머니로는 그 유명한 황부인, 황월영을 두었으니 유전자부터가 안 좋을래도 그럴 수가 없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



227년, 이런 대단한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로 태어난 제갈첨은 승상을 아버지로 둔 덕에 어려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흔치 않은 제갈량의 아들바보 팔불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데, 형인 제갈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제갈첨은 이제 벌써 8살로 총명하고 사랑스러우나 그 조숙함이 걱정되니, 중기(重器-중요한 인물, 큰 그릇)가 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정말 아들이 걱정되어서 형이라고는 하지만 타국의 대장군으로 있는 사람한테 편지씩이나 써가면서 이런 걸 보냈다기보다는...

아들이 천재가 아닐까요라고 호들갑떠는 엄마들이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자식자랑은 승상님도 못 피해!


더군다나 제갈량이 무려 47세에 낳은 외동아들이니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키웠겠습니까?




하지만 가족운은 별로 없었던 게 제갈첨의 불행이었습니다. 

돌맞이 할 때 이복 형인 제갈교가 병으로 사망하고 불과 8살에 제갈량이 5차 북벌을 나가서 오장원에서 사망하거든요.


그런데 제갈첨이 거친 관직들을 보면 승진속도가 장난 아니게 가파릅니다. 


243년, 17살에 공주와 결혼해 황제의 부마도위가 되고 기도위(황제 호위 기병)에 임명됩니다.


불과 1년 뒤인 244년, 20살에 우림중랑장(羽林中郎將)에 임명되는데, 황제의 호위와 궁중 경비를 맡은 3품관으로서 외정을 나갈 때는 관구사령관 역할까지 할 수 있는 황제 근위 다섯 중랑장 중 1자리입니다. 


**아니 아무리 황제의 사위고 아버지가 승상이었다지만 18살 초출의 군공없는 청년이 3품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개인적으로는 촉한의 빈약한 인재풀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로 제갈첨은 계속 승진해서 사성교위(射聲校尉) - (도성의 치안을 관리하는 5교위 중 하나로 궁병담당), 시중(侍中), 상서복야(尙書僕射)가 되고 군사장군(軍師將軍)까지 제수받게 됩니다. 


제갈량을 아버지로 둔 부담과 고위직을 일찍 차지한 여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저는 그래서라고 생각합니다) 제갈첨은 글과 그림에 능하고 기억력이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그것도 본인 열전인 <제갈첨전>에 말이죠. 



심지어 매번 조정에 선정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제갈첨이 하지 않은 일임에도 제갈 승상을 그리워한 백성들이 서로 전하기를 

‘갈후(葛侯)가 한 일이다’, 


즉 제갈 후작-제갈첨이 한 일이라고 미담 제조를 했고, 그 명성과 칭찬이 실재를 넘어섰다고 하죠. 뛰어난 아버지를 둔 아들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런 대단한 배경과 출세가도를 달리는가 싶더니만...






이 ​(고자​)내시가 유선의 총애를 받으면서 황궁 출입도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성도 치안을 담당하고 행정부 차관쯤 되는 상서복야에 임명된 사람이 황제한테 접근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얼마나 황호가 간신배고 유선의 안목이 썩었는지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서술되어 있지 않다가 261년, 행도호(行都護) 위장군(衛將軍)이 되어서 보국대장군(輔國大將軍) 남향후(南鄕侯)인 동궐과 상서의 일을 관장했다고 짤막하게 나옵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촉한 말기의 계급 인플레는 심각할 정도로 상향평준화된 데다가 더해서 무관 품계는 후한 말기의 들쑥날쑥함까지 섞여서 무관 최고직 대장군이 강유임은 불변의 사실로 보이나 거기장군이 2명, 표기장군 2명에 우대장군 염우도 어느정도 군권을 쥐고있던 상황입니다. 그나마 좌,우거기장군은 강유와 북벌도 함께 했으니 실직으로 보이지만 좌우표기장군은 뭘했는지도 깜깜이라 허직이라고 분류해야될는지조차 모를 무고증인 터라 답답합니다. 



이런 와리가리한 촉한 고위무관직의 명령체계는 내려놓고 보면, 그래도 제갈첨은 위장군이라는 직함을 가지면서 촉한에서 2번째 높다고 딱 정의하기는 뭐하지만 공식적인 상관(?), 또는 명령자라고 볼만한 사람은 대장군인 강유뿐이라는 점에서 군 통솔 2번째 즈~음? 되는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불과 35세의 나이에!





이제 아버지의 숙원인 북벌을 해볼 만한 직급과 위치에 다다랐나 싶었더니,


263년, 촉한멸망전이 시작되버립니다.

유, 장익, 요화가 검각에서 종회를 막는 사이, 


일흔 넘은 등애가 음평에서부터 300km에 가까운 산길을 타넘고 가서 강유관에 도착하는데, 

거기를 지키던 마막이라는 ㅂㅅ shake it가 지레 겁먹고 항복해버리고...

마막 이 놈이


이 때 등애의 미친 모험을 알게 된 성도에서는 예비군을 부랴부랴 긁어모아서 제갈첨을 필두로 황숭, 장준, 이구에게 등애군을 막으러 출격시킵니다. 


**황숭은 이릉대전에서 길이 끊겨 투항한 황권의 차남, 장준은 장비의 손자, 이구는 제갈량 남중 정벌의 1등공신이자 남중을 관리하던 내강도독 이회의 조카입니다.



제갈첨의 1차 저지선은 마막이 투항했던 강유관이었으나 등애에게 점령되어서 부현으로 진격합니다. 



이 때 황숭이 아직 산길에 있고 지쳐있을 등애군의 상황을 예견하고 요충지(아마도 덕양정)에 먼저 가서 진 칠 것을 건의합니다. 덕양정부터는 평지이기 때문에 똑같은 전력을 가지고도 더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러 차례의 진언에도 제갈첨은 부현에서 전진도 후퇴도 못하고 망설이는데 이런 제갈첨이 말했다고 전해지는 부분이 <촉서> <제갈첨전>에 전해집니다.

"나는 안으로는 황호를 제거하지 못하였고, 밖으로는 강유(대장군)을 제압하지 못하였으며, 나아가서는 강유(관)를 지키지 못하였다. 내게는 세 가지 죄가 있으니 무슨 면목으로 면죽으로 돌아가 주둔하겠느냐"

즉, 후퇴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전진하자니 신중하게 완벽을 기해야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한 해석을 적자면, 제갈첨이 뚫리면 성도까지는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유선과 중앙의 관리들이 익주 남부나 남중으로 피난가는 옵션에 부정적인 인사들이 많았다는 것이 둘째며(대표적으로 초주), 마지막으로 비록 강유가 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십수만이 넘는 위군 본대가 검각에 이미 와있었기 때문에 방어군 입장에서는 최대한 신속히, 최소한의 피해로 등애군을 격파하고 강유에게 합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3가지 이유 때문에 부현에서 끙끙거리다가 황숭이 눈물까지 흘리며 간곡히 부탁하기에 그제서야 제갈첨이 군을 움직여서 전진하는데, 

등애는 이미 덕양정까지 도착한 터라 제갈첨의 선봉을 가뿐히 부숴버리는 기염을 토하죠.

이건 마치 망한 박정욱이 떠오르는 벌쳐 등애...


등애군을 물리치기는 커녕 병력만 잃고 면죽관에 틀어박히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제갈첨.

그런 그에게 등애는 서신을 보내서 

“만약 투항하면 반드시 표를 올려 낭야왕(琅邪王)으로 삼겠소.” 

라며 항복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것은 이기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달콤한 속삭임으로 보입니다. 작은 나라의 후작을 하던 사람에게 오기만 하면 대국의 공작도 아니고 왕을 시켜주겠다라니!


**그러나 낭야라는 곳은 아버지인 제갈량이 태어난 고향입니다. 그의 배경과 가르침으로 촉한을 위해 평생을 바친 제갈첨에게는 낭야왕이라는 자리는 영전의 기회가 아니라 본인은 물론 아버지인 제갈량까지 모독하는 사특한 외침일 뿐이었죠. 더군다나 멸망 후의 이야기지만 유선조차도 안락공이라는 공작에 봉해진 마당에 위군 총사령관 종회도 아니고 일군을 맡은 등애가 적의 장수에게 왕의 자리를 약속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사탕발림이라는 것이죠. 그를 두 번 죽이는 셈입니다.


이러니 분노한 제갈첨은 그 자리에서 등애의 사신을 베어버리며 결전을 기다리고

등애는 아들 등충에게 우익을, 사찬에게 좌익을 맡겨서 제갈첨을 공격하지만 등충과 사찬이 패퇴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게 놀라운 점은 제갈첨이 위장군이라는 고위 무관직이기는 하지만 단 한 번도, 군 통솔경험이 없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장준, 이구, 황숭까지도 군 지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황숭은 상서랑이었는데, 인사관리에 중점을 둔 문관직이고 이구는 우림우부독으로 황실 근위무관직이지만 외정을 갈 일이 없으니 호위에는 도가 터도 대군통솔 경험은 없습니다. 장준은 장비의 손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상서 즉, 황제에게 문서를 전달하는 문관이었습니다. 


상대는 산길을 넘어올 정도의 정예병임에도 이런 결과가 나오자 등충과 사찬은 등애에게 돌아가 


"적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라고 징징대니까 등애가


"존망의 구분은 이 한 싸움에 달려있다. 어찌 불가능함이 있겠는가?"


라고 대노해서 둘을 베어버리려고 합니다. 심지어 등충은 자기 아들인데도 말이죠.


화들짝 놀란 둘은 다시 촉군과 싸우고 이번에는 촉군이 대패합니다. 


<화양국지>에 따르면 촉군이 괴멸하는 모습을 보며 장남인 제갈상은 


"부자가 나라의 은혜를 받고서 일찍 황호의 목을 베지 못하고 나라를 무너지게 하고 백성들을 죽게 하였으니 살아본 들 무엇에 쓰겠는가?"


그리고 말을 때리며 적에게 돌격해서 전사합니다. 부전자전


전투 후 제갈첨은 진중으로 끌려나가 참수되니 그의 나이 37세였습니다.




다음 주제는 내가나다z님이 제보해주신 제갈량 vs 사마의 개인의 정치력과 군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둘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서 비교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제갈량은 이랬었고, 사마의는 이랬다 정도의 행적나열? 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19 Comments
양말에몽 2018.06.13 09:07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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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09:09  
[@양말에몽] 감사합니다. 혹시 원하시는 인물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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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에몽 2018.06.13 09:52  
[@Kuat] 삼국지를 자세하게 알지 못해서 올려주신거 보는걸로 만족하고있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rkdqk 2018.06.13 09:51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나라의 최후 황제 손호를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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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10:07  
[@rkdqk] 생각해보니 제가 가장 모르는 나라가 오나라네요. 손권과 함께 오나라 세운 1세대의 퇴장은 촉이나 위나라에 비해 상당히 후반부인것도 있고, 중원과는 거리가 먼 창오, 남해 등에서 활약한 인물들이나 사건들은 잘 모르는게 많습니다. 아직 손권의 생애도 정확히 모르거든요. 손권~손호까지의 기간 동안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들을 좀 리뷰한 다음에 손호도 리뷰할 생각입니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휘바휘바 2018.06.13 11:06  
재밋게봣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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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11:40  
[@휘바휘바] 휘바휘바님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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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2018.06.13 11:45  
늘잘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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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13:57  
[@우와] 우와님 감사합니다. 요청하고 싶은 인물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엉뚱한거라도 좋습니다
내가나다z 2018.06.13 11:52  
잘봤습니다.....황부인이 유명한가요?삼국지 에서 자세한 정보가 없는것 같은데.........사마의 부인 이랑 제갈량 부인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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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12:02  
[@내가나다z] 아하 그러고보니 제갈량과 사마의 두 사람의 부인도 유명하죠. 간단히 예를 들면 황부인은 제갈가의 현모양처로서 로맨스파고 장춘화는 정치모략가로 타고난 모사라고 봐야죠. 나중 이야기지만 후에 리뷰 할 수 있으면 하겠습니다.
VVVV벤데타 2018.06.13 12:37  
삼국지를 보면서 자란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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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3 12:45  
[@VVVV벤데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몇 포스팅이 무장만 많아서 다음번은 제갈량 vs 사마의 특집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모니터 2018.06.14 00:27  
주유도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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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4 00:30  
[@모니터] 네 주유도 기억해두겠습니다.
하율하루 2018.06.14 01:33  
손권이 푸른눈이라 어디혼혈이라는글을 본적이 있는것같은데 정보가있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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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6.14 02:42  
[@하율하루] 손권 눈이 푸른 색이라는 것은 삼국지연의 적벽가의 창작입니다. 다만 <헌제춘추>에 자색 수염에 상체는 길고 하체는 짧았다는 기록, 턱은 네모나고 입은 크고 눈의 총기가 남달랐다는 <강표전>의 기록, 마지막으로 <건강실록>에서 손권은 넓은 이마를 가졌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혼혈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보통의 중국사람들과는 다른 우람하고 각진 외모를 가졌기에 주목을 받았던 점은 사실 같습니다.
하율하루 2018.06.14 09:06  
[@Kuat] 아 감사합니다 ㅎㅎ잘배워갑니다
채볶어 2018.06.14 02:31  
요즘 친구들이 삼국지를 얼마나 볼까 하는 심정입니다만 이렇게나마 서술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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