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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ep 8. 유비가 마음을 터놓은 건 제갈량이 아니라 법정? Pt 1

Kuat 10 865 12 1

안녕하십니까 개집러 형님들 제가 며칠간 일에 치여서 잠잘 시간도 없었던 탓에 부득이하게 포스팅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이 점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돈이 없어서 크흑..





간만에 다시 촉한의 인물을 선택해보았는데, 오늘의 주인공은 유비군 거의 유일무이한 모사로 분류되는


 


법정(法正), 자는 효직(孝直)입니다.





이 사람은 원래 사례 부풍군 미현 사람인데요, 거기가 어디냐면 장안 바로 옆에 붙어있는 동네입니다. 여기가 유명한 곳인데, 바로 동탁7장 높이의 성벽에 30년 치의 식량과 재물을 쌓아두며 
"일이 성사되면 천하에 웅거하고, 일이 그르치면 이곳을 지키며 한평생 지낼 수 있다." ​며 만수르 놀이를 한 미오성(郿塢)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나 불렀어?"




여기에 덧붙이자면 여기 미현을 가로지르는 위수를 건너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로 제갈량이 사망한 오장원​이 있기도 합니다. 나름 유서깊은 동네죠?


법정은 196년 온 중국에 기근이 들자 동향 사람인 맹달(孟達)과 함께 촉으로 들어가서 유장의 수하가 되는 것으로 관직 생활을 시작합니다. 법정은 선조가 전국시대 제나라의 양왕의 후손일 정도의 명문가이며(삼국시대도 옛날인 만큼 가문과 이름값이 중요했습니다) 증조부는 남군 태수를 지냈던 법웅이며 조부인 법진은 청류파 선비로 이름이 높았다고 합니다. 


그런 명문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신도현의 현령이 되고, 군의교위(軍議校尉)에 오릅니다. 딱 봐도 별로 중요한 보직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같이 익주로 넘어온 고향 출신 손님들(빈객)에게 품행이 바르지 않다고 비방이나 받는 처지가 됩니다. 기껏 수백 년동안 지역유지로서 살아오던 고향도 버리고 넘어와서 종사나 별가 정도의 벼슬은 기대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능력자로서 대접 받기는 커녕 고향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니 얼마나 열불이 나겠습니까? 이에 대해 후일담도 있으니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조조가 형주에 있을 때 익주별가 장송이 몰래 조조에게 갔다가 유장에게 돌아와서 조조와 관계를 끊고 유비와 결탁하자고 보고합니다. 유장이 말하기를 


“누가 사자로 갈 만하오?” 

 


​요래 물으니까 장송이 법정보내자고 추천합니다. 법정이 사양했지만 유장이 가라는데 뭐 어쩝니까? 결국 유비에게 사신으로 가게됩니다. 


그랬는데...


 



유비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돌아와서는 장송에게 유비는 웅대한 지략을 갖추었다고 칭송하면서 유비를 들일 기회를 엿보게 됩니다. 


이후 유장은 조조가 장수를 보내 한중의 장로를 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해하자 장송이 '유비 불러서 장로랑 싸우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물론 속셈은..


법정이 메신저로 다시 가서 


명장군(明將軍)의 영명한 재주로 유목(劉牧-익주목 유장)의 유약함을 틈타십시오. 장송은 주(州)의 고굉(股肱-신임 받는 중신)으로 내부에서 향응(響應-호응)할 것입니다. 그 연후에 익주의 은부(殷富-풍성함)를 기반으로 하고 하늘이 내린 험조함에 기대면 이로써 대업을 이루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입니다.”  



아예 대놓고 유비 패밀리로 들어가는 초석을 다집니다.


그래서 유비는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 광한군 부현에서 유장과 만나 우의를 다졌지만 장로를 칠 것처럼 광한군 가맹현쪽으로 갔는데, 요 때 장송이 딴마음을 품은 게 들통나서 유장한테 ​처형되었습니다. 



유장이 단속을 명하는 명령이 도착하기 전에 백수관에 있던 양회와 고패를 유비가 불러서 죽여버리고는 성도로 진격을 시작합니다. 기록에는 이렇게 나와있군요. '유장으로부터 유비와 관계를 가지지 말라고 하여 유비의 노여움을 사 불려갔다가 참수되었다. 유비는 양회와 고패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고 하는데, 후대의 저서인 호삼성에는 '손님 대접하는 예가 없음을 꾸짖은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싸가지 없어서 둘을 죽였다는건데 그럼 왜 죽여놓고 성도로 진격을 하죠? 당연히 말말말로 명분을 만든것이고 유비는 진즉에 장송과 법정에게 정보를 받고 익주를 삼킬 계획이었다가 뻔할 뻔자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장 휘하에 종사 정탁- 혹은 정도-(鄭度)가 


“좌장군(左將軍-좌장군 유비)은 외떨어진 군사(縣軍)로 우리를 습격하니 군사가 1만을 채우지 못하고 사중(士衆-군사)들이 귀부하지 않고, 들의 곡식에 의존하며 군(軍)에는 치중(輜重)이 없습니다. 그 계책으로는 파서(巴西)와 재동(梓潼)의 백성들을 내수(內水)와 부수(涪水) 서쪽으로 모두 내몰고 그곳의 창고와 들의 곡식을 모두 불태운 뒤 보루를 높이고 해자를 깊게 판 채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는 것 만한 것이 없습니다. 저들이 당도하여 싸움을 청해도 들어주지 않으면 오래도록 군량을 얻을 곳이 없으니 백일이 되기 전에 필시 스스로 달아날 것입니다. 달아날 때 공격하면 틀림없이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청야 작전을 해서 유비군을 모두 아사시켜버리자는 잔인한 계책, 그러나 유장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계책을 올립니다.  


**이 시점에서 법정은 이미 유비진영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비가 처음에 광한군 부현으로 가던 중에 법정이 팽양과 함께 합류한다고 쓰여있기 때문.



유비가 이 소식을 듣고 증오하며​ 법정에게 물어보니 


“끝내 이 계책을 쓰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라고 태연히 답하죠.


역시 법정의 안목은 정확히 맞아떨어져서 


“나는 적에 맞서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말은 들어 보았으나 백성들을 움직여 적을 피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소.”

 

(​자기 본진 치러오는 양반을 이겨먹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해야되는 게 군주인데 참 물러터졌죠?) 


이러면서 정탁을 내치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면죽도 돌파하고 방통이 죽게 되는 낙성에서 법정은 유장에게 항복하라는 서신까지 보내는 칼같은 면모를 보여줍니다.


 


마침내 214년, 유장이 항복하고 성도에 입성하자, 유비가 수하들에게 고생했다며 포상을 내리는데 장비전에 자세한 기록이 나옵니다.


​'익주가 평정된 후,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에게 각각 금 500근, 은 1,000 근, 전 5000만, 비단 1000필을 하사하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각기 차이를 두어 포상했다.'​ 라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유비의 최측근이 이 4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유비가 익주를 평정하고 제갈량을 군사장군(4품), 법정을 촉군태수 양무장군(4품)으로 삼습니다. 유비는 헌제에게 좌장군(3품)이라는 벼슬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제갈량에게 좌장군부의 업무를 맡게하고 법정으로 도읍과 주변을 통솔하고 안으로 주요한 모사가 되었다는 것은 이 둘에게, 정확히는 법정에게 2인자 지위를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익주에서 오랜 타향살이를 한 법정이 트러블을 일으킵니다. 사서에는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은혜(一餐之德)나 눈 흘긴 사소한 원한(睚眥之怨)을 되갚지 않는 법이 없었고, 자신을 훼상(毁傷)한 자 몇 사람을 함부로 죽였다.'


이 정도로 묵은 원한을 앙갚음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일개 교위였다가 2인자에 버금가는 지위를 남용하는 꼴은 사실 용납하기 힘든 결점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이가


“법정이 촉군에서 지나치게 종횡(縱橫)하니 장군께서 의당 주공께 여쭈어 그의 위복(威福-위엄과 은혜, 또는 이를 내리는 권한)을 억누르십시오.” ​ ​라고 제갈량에게 보고합니다. 


그러나 늘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선비같은 제갈량이 믿을 수 없게도 이렇게 답하죠.


“주공(主公)께서 공안(公安)에 계실 때 북쪽으로는 조공(曹公-조조)의 강성함을 두려워하고 동쪽으로는 손권이 핍박함을 꺼렸으며, 가까이는 손부인이 곁에서 변고를 일으킬까 겁내시었으니, 그 당시는 진퇴(進退)가 낭발(狼跋-나아가고 물러남이 어려움에 빠짐)하였소. 그러다 법효직이 주공의 보익(輔翼)이 되어 (주공을) 높이 날게 하고 다시 남의 제약을 받지 않게 했으니, 어찌 법정을 금지해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겠소!”  


법정의 공이 크니 저 정도는 좀 넘어가자고 되려 나무라는 클라스를 보여줍니다.  

 



근데 사실 제갈량은 아직 승상이 아니었습니다. 법정과는 같은 4품 잡호장군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처벌할 권한도 없었고요. 게다가 


'제갈량과 법정은 비록 좋아하고 숭상하는 바가 서로 같지 않았으나 공적인 도의로 서로 따랐고 제갈량은 늘 법정의 지모와 권술을 높게 여겼다.' 


​즉 오히려 사이가 서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잘하는 바가 다름을 알고 인정해주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유비가 익주를 안정시키는 와중에 최고 문신 5명, 제갈량, 법정, 이엄, 이적, 유파가 머리를 맞대고 오늘날의 헌법에 해당하는 촉과(蜀科)를 만드는 업적까지 이루어냅니다.




세월이 흘러 217년, 마침내 법정의 화려한 데뷔전......이자 은퇴전인 한중 공방전이 이루어집니다. 이거 끝나고 법정이 죽기 때문이죠.


유비가 유장과 만나고 익주를 안정시키기까지의 212년~217년이라는 나름 긴 시간 동안 조조와 손권은 유수구에서 최소 3번이상 박터지게 싸펑피펑을 합니다. 유비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외부의 도움도 한 몫했던 거죠.

 



법정이 유비에게 이렇게 진언합니다.


“조조가 일거에 장로를 항복시켜 한중을 평정하고도 이 기세를 틈타 파(巴), 촉(蜀)을 도모하지 않고 하후연(夏侯淵), 장합(張郃)을 남겨 둔수(屯守)케 하고 자신은 황급히 북쪽으로 돌아갔으니, 이는 그의 지모가 미치지 못하거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시 내부에 우환이 닥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하후연과 장합의 재략(才略)을 헤아려보면 우리의 장수(將帥)들보다 낫지 못하니 군사를 일으켜 가서 공격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이기는 때에 이르러 농업을 일으켜 곡식을 쌓고 (저들의) 빈틈을 엿보고 기회를 노린다면, 상(上)으로는 구적(寇敵)을 무너뜨려 왕실을 받들거나, 중(中)으로는 옹주, 양주를 잠식해 영토를 넓힐 수 있고, 하(下)로는 요해지를 굳게 지키며 오래도록 유지하는 계책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기회이니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조조가 하후연, 장합 둘만 믿고 돌아간 것은 우리한테 절호의 찬스다! 잘 풀리면 천자한테까지 가는 프리패스를 노릴 수 있고, 못해도 옹양의 영토와 인구를 얻는 실질적인 이득도 볼 수 있고, 이거 망해도 요충지를 잘 점거하면 나중에 방어하기에 더 유리해지는 포석도 노릴 수 있다. 이거 무조건 하자!


장합이 파중과 파서의 가호를 한중으로 끌어올리지만 탕거에서 장비에게 패하고, 무도 하변에서는 장비, 마초, 오란, 뇌동이 조홍과 조휴와 붙었다가 많은 병력 손실과 오란, 뇌동이 전사하죠. 심지어 진식이 마명각도를 끊자, 서황이 별도의 군을 이끌고 들이쳐 공간이 없어진 유비군의 상당수가 산과 계곡에 투신해 죽을 정도의 패배도 당합니다.

 

 


결국 유비는 양평관, 즉 한중의 서쪽 입구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런 대전쟁 속에서 고진과 마승이 수만 명의 무리를 일으켜 익주를 혼란하게 하고 남쪽에서 이족의 수장 고정이 난리를 치는 혼돈의 카오스까지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엄이 5천의 병력으로 고진과 마승을 진압하고 고정의 난리도 가볍게 잠재우면서 안정을 되찾고, 3번의 격돌끝에 서로 만만치 않음만 확인한 유비군과 하후연군은 대치하며 218년 한해를 넘깁니다.


To be continued....

10 Comments
스티페 2018.03.22 19:32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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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23 03:42  
[@스티페] 다시 한번 늦어서 죄송합니다. 되도록이면 못해도 3일에 하나 정도는 올리고 싶은데 밥벌이가 놔두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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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칙 2018.03.23 09:32  
꿀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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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23 11:53  
[@촉칙]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원하는 인물이나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는 유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대한 근접한 인물로 골라서 소개해보겠습니다.
내가나다z 2018.03.23 11:22  
기다리고 있었다................고맙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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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at 2018.03.23 11:53  
[@내가나다z] 추천과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리버풀 2018.03.23 13:01  
미스터리 오는 이유 ㅋㅋ
항상 감사히 봅니다
본업이 우선이니 여유로울 때 틈틈히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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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2018.03.23 13:37  
잘보고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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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 2018.03.23 18:12  
이간질하지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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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임 2018.03.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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