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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썰 명작of명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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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중 불빛이라곤 은은한 취침등 하나뿐인 깜깜한 생활관, 그리고 라디에이터가 내뿜는 뜨뜻한 열기에 우리는 이미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쯤 지났을까? WD-40이 미처 도포되지 못해 끼익 소리를 내는 생활관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군화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이내 그 발자국 소리는 내 침상 앞 쪽에 멈춰섰다. 이미 그 때 나는 잠에서 깨버렸다. 그리고 명단과 생활관 위치를 대조하며 연신 보드마카로 무언가를 적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불침번이였다. 새벽 4시, 나의 경계근무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휩쌓이다 잠이 든 게 22:30 그리고 지금 시간은 03:20그래도 생각보다 길게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왤까, 항상 입대 후 얼마를 자던 나의 피로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휴가를 나가서 밤새 게임을 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4시에 잠들었다가 불길한 느낌에 7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을 때, 3시간 뿐이 못 잤지만 훨씬 덜 피곤했다.)


(내 자리엔 수맥이라도 흐르는걸까? 왜 자도자도 피곤할까? 이런 수 많은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불침번이 입을 뗐다.)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박요한 상병님... 근무투입하실 시간입니다... 박요한 상병님...


(아... 방금 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피로와 짜증이 불침번이 입을 떼자마자 불현듯 몰려와 머리 속을 뒤집는다.)


상병 박요한 : 어...아.. 깼어..5분만 더 자고 준비할꺼니깐 가...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 일어나셔야 됩니다.. 박요한 상뱅ㄴ...


상병 박요한 : 아 일어난다고...


일병 김태현 : 박요한 상병님.. 일어나셔야 됩니다.. 


상병 박요한 : 아 일어난다니깐.. 씨바.. 하.. 야 몇시냐..? 


일병 김태현 : 지금 공삼시 삼십이분 입니다.. 일어나셔야 됩니다..


상병 박요한 : 어...어?..삼십이분이라고?


일병 김태현 : 예 공삼시 삼십이분입니다. 제가 근무자를 착각해서 좀 늦게 깨웠ㅅ..


상병 박요한 : 아 씨발... 야 니 좀 있다가 나 근무 끝나고 우리 생활관으로 와라.. 하.. 씨발.. 요즘 새끼들은 .. 하


(그렇다. 이제 막 일병 1호봉을 달았던 김태현은 평소 나랑은 자주 만날 일이 없었기에 내 생활관 위치도 잘 모르고 다른 생활관에 가서 애꿎은 사람을 깨웠던 모양이다. 결국 그 영향으로 나를 무려 12분이나 늦게 깨웠던 것이다. 잠결에 본 김태현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었다.)


일병 김태현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아니 씨발 됐고 부사수는 깨웠냐?


일병 김태현 : 예 아까 깨웠습니다. 그리고 당직사관님이 경계근무복장 D형 착용하라고 하십니다.


상병 박요한 : D형? 하 씨발.. 그걸 언제 입고 언제 투입하냐? 하...


일병 김태현 : 죄송합니다...

상병 박요한 : 아니 씨발 됐고 부사수는 깨웠냐?


일병 김태현 : 예 아까 깨웠습니다. 그리고 당직사관님이 경계근무복장 D형 착용하라고 하십니다.


상병 박요한 : D형? 하 씨발.. 그걸 언제 입고 언제 투입하냐? 하...


일병 김태현 : 죄송합니다...


(요 몇일 날씨가 춥더니 기어코 사단에서 경계근무자 복장을 D형으로 통제시켰다고 한다. 아마 영하 이십도가 기준이였나..? 껴입을 시간도 좆같고 껴입어도 1시간만에 뚫려버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오한이 서려온다.)


상병 박요한 : 야 알았으니깐 나가고 근무 똑바로 서라. 니 맞선임 욕먹이기 싫으면, 그리고 생각해보니깐 근무 끝나면 기상 직전이니깐 오지말고 내일 아침먹고 일과투입전에 우리 생활관으로 와라


일병 김태현 :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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