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백종원 믿고 창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2주간 고민하다가 글 올립니다.
진심으로 조언을 구하는 것 이기에,
단지 자신이 겪어보지 못 한 부류니까 말도 안 되는 주작이라는 둥. 할 일 없는 아줌마냐는 둥 이런 얘기는 자제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본인의 지인일지도 모르는 일 이니까요..
글을 썼다 지웠다 메모장에 쓰고 저장하고 몇날 며칠을 고민한 사람입니다..
내일 둘 다 출근을 안 하니 조언들 바탕으로해서 얘기를 나눠 볼 생각입니다.
이 글에서 받은 조언은 남편에게도 꼭 보여 줄 것입니다.
글에 앞서 저희 상황을 설명 해 드리겠습니다..
결혼 2년차고 맞벌이 부부입니다.
저는 세후 290 남편은 세후 340정도 법니다.
둘이 살기엔 뭐 적당한 듯 하나,
신혼집 32평형 2억 4천만원.
양가부모님께 일절 도움 안 받고 저희 모아둔 돈 합쳐서 8천만원 탈탈 털어 집 보태 샀습니다.
나머지는 다~대출이죠 대출
이후에 혼수는 선물받거나 매 달 하나두개씩 카드 할부로 채워 넣었습니다..
집대출 빡세게 갚아버리자 합의하여 한 달에 대출원금과 이자 상환 180만원씩 합니다. 이렇게해도 갚아야 할 게 8년입니다..이제 6년 남았구요.
보험 및 관리비,핸드폰 등 고정비용 매 달 100
맞벌이기때문에 식사는 95%가 외식입니다.
취미랄게 없는 부부기에 밥이나 맛있는거 잘 먹고 힘내자 해서 식비만 매 달 평균 150정도 나갑니다.
둘이 합쳐 630버는데 매 달 400이 그냥 나가고
2백 중 적금도 들고 용돈도하고 경조사비도 하고..
둘이 지내기는 별 어려움 없고 나름 괜찮아요. 밥을 잘 먹어서 그런가
그치만 애 낳아 키우느라 한 명이 일을 그만두면? 또 다 빚입니다. 빚내서 살아야 해요.
애 안 낳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요...
남편이 퇴직하고 요식업을 시작하겠다 합니다..
남편이 요리를 잘 하느냐?
전혀요. 결혼 전에도 후에도 요리 하나 한 적이 없습니다.
라면 끓이기도 귀찮아서 컵라면 먹는 사람입니다.
그럼 왜 시작하려 하냐구요?
백종원 믿고 한답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린가 했는데 나름의 철저한 계획도 있습니다.
자기 고등학교때 친구들 지금도 계모임 하며 만나는 6명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시작을 해서 상권을 형성한 뒤에
골목식당 신청을 하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 대박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기하는 팀이 있을테니 최소 반년정도 잡고 기다리면 그 사이 단골도 만들고 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원래 창업하면 반년정도는 밑지고 들어간다 생각해야한다며...
첨에는 그냥 술김에 하는 소리겠거니 했어요.
그리고 이 얘기를 꺼내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걱정이 됐습니다.
계모임 부부동반으로 갔을때도 남편과 친구들이 아~빨리 회사 때려치고싶다 하는 말 계속 하고..
그 친구들의 와이프 중 반은 장난인지 진심인지 좋다~~같이 일하겠네 방송타기전에 마사지 받아야겠다 돈벌어서 뭐 사고 뭐사자~ 말하고,
반은 저같은 분위기에요 침울하고 침울합니다. 한숨만 쉬고요.
그리고 몇 주 전, 퇴근하고 식탁에서 퇴직금이 얼마 나올 지 정산을 하고 있길래 놀래서 남편 붙잡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 아직 퇴직신청은 하지 않았으나 오래 끌고 싶진 않다는 말을 듣고
기함을 하며 말렸습니다.
진짜 무작정 이러는게 어딨냐고.
퇴직금 받은거 몇억 되는 것도 아니고 몇천일텐데..
창업하려면 최소가 일억인데 또 대출을 받고 시작을 할 생각이냐고..
그 밑지는 생각으로 하는 반년은 내 월급만 해도 대출갚고 보험비같은거 내면 바닥인데 적금은 어떻게 들 것이며
뭐 아무튼 쏘아붙였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이요?
좀 후진 상권 잡아서 오래 안 나가고 있는 가게 들어가면 된다.
친구들까지 여러명이 한 번에 계약하면 임대료 얼마 안 받을거다.
거기서 돈을 아끼고, 인테리어는 다같이 도우며 셀프로 할 것이니 또 돈 많이 안 들어갈거고.
생각보다 돈 들어 갈 일은 없다고 하네요..
대출이 힘들면 모아둔 적금으로 시작해도 되지 않냐 합니다.
결혼 후 적금 모아둔 것 3천가량 됩니다..
돈이야 방송타면 한달이면 적금 메꿀수 있을것이니 걱정 말라고 웃는데
웃음이 안나요
눈물도 안나고 그냥 멍 합니다.
몰래카메란가?? 싶을정도로요.
제발 현명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남편과 저 대화를 나눈 뒤로 매일이 힘듭니다.
남편에게는 나와 상의없이 퇴사를 하면 바로 이혼도장 찍을 줄 알라고 엄포를 내려놨긴한데..
진짜 남의일이면 좋겠습니다.
아니 차라리 백종원 방송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희망을 접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댁에 말씀 드리니 시아버지는 남편에게 욕을하시고 시어머니는 회사 힘들어서 잠깐 저럴거라고. 오래 저러지 않겠지 하시다가도 정 퇴직을 못 말리면 본인이 장사 돕겠다 하십니다..
제 생각에는 도와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고 가만히 앉아있다가도 울렁거리고 멀미를 할 지경입니다..
조언 제발 부탁드립니다...
차라리 폐지했음 좋겠다.
폐지해서 도태될 사람들 도태되면 좋겠어,
이러니까 경양식집 같은 사장들 나오는거지,
한편으로는 텐동 사장같은 사람들 발견못할까봐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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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만나서 빌어먹고 살았어야되는데
그래도 현실성있는 와이프만나서 그지꼴면하게 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