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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납치 엠바고 관련해서

져바라케누태대해 4 62 3

안녕 개집형들


평소에 눈팅만 하던 유전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월급루팡을 하고 있어서 글을 하나 써보려고 해.


별건 아니고 개집에도 올라온 글인데 리비아 납치와 엠바고에 관련된 일이야. 일반인에겐 낯선 얘기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퍼지는 것 같아서


업계 종사자로서 재미없는 글을 써봤어. 바로 밑과 제일 밑에 3줄 요약도 덧붙였으니 너무 길면 안읽어도 돼. ㅎㅎ


암튼 비도 내리는 오후에 타임킬링할 글을 한번 써볼게.




3줄 요약
1. 엠바고는 기자단과 출입처가 맺은 약속
2. 어기면 제재도 받고 지키는 게 서로에게 윈윈. 이번 정부에서만 한 건 아니다.
3. 부득이하게 깨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듯.


우선 엠바고가 뭔지부터 설명할게.


엠바고란 쉽게 이해하면 ‘언제부터 기사를 내보내자’는 약속이야.

이런 약속을 왜 맺을까. 그건 기자와 취재원 모두의 편하자고야.

요즘처럼 신문이나 방송보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접하는 일이 많아진 상황에서는 속보 경쟁으로 부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으니 그걸 예방하자는 취지인거지.

가령 법을 개정한다고 오늘 갑자기 정부가 발표하고 바로 기사를 쓴다면 기자들이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고 부정확한 내용이 들어가고 하겠지.

이런 상황을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엠바고를 거는거지. 보도 며칠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도 하고, 기자들은 각자 교수나 전문가들한테 의견도 물어보고 기사를 준비하고, 약속한 시간에 동시에 쓰는 거지.

보통 조간신문용, 석간신문용 엠바고가 따로 잡히고 온라인에 노출되는 시간도 그에 맞춰 달라.




그럼 이런 약속은 누구와 누가 맺느냐.
기자들이 출입하는 ‘출입처’와 ‘기자단’이 맺는 게 일반적이야.

일반인들에겐 낯선 표현이지만 기자들에겐 출입처란 게 있어. 각 회사마다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같은 부가 있고,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뉘는데 정치부에서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가 있고, 여당이나 야당 출입이 있고, 사회부에선 경찰청 출입기자 대검찰청 출입기자 등이 있어.

혼자서 모든 이슈를 다 취재하고 기사를 쓸 수 없으니 회사에서 취재할 분야를 나눠준거라고 보면 돼. 한 출입처를 오래 나가는 사람도 있고, 여러 출입처를 두루두루 경험하는 사람도 있지. 한 출입처를 오래나가면 전문성이 생기고 아는 인맥도 넓어지지만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출입처가 자주 바뀌면 반대의 장단점이 있는 셈이야.



그리고 그런 출입기자들끼리 모인 기자단이란 게 있어. 예를 들면 법원과 검찰을 출입(취재하고 기사쓰는)하는 조중동, 한겨레 경향 같은 신문사, KMS같은 지상파, 종편 등의 기자들끼리 모여 법조기자단을 꾸리고 일정이나 중요한 발표 일정 같은 거를 조율하지. 보통 엠바고는 기자단과 그 출입처가 맺어.

그리고 엠바고를 어긴 경우 제재도 해. 제재 수위는 각 기자단마다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적용하거나 그때그때 논의해서 정하기도 하지. 가령 2014년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비보도를 전제로 “서남수 장관이 라면을 끓여먹은 것도 아니고”라고 한 말을 보도했을 때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출입 정지가 됐었어. 출입 정지는 무슨 의미냐면 그동안은 보도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기자단으로 대우해주지 않겠다는 뜻이야.



즉 정리하자면 각 언론사마다 정부부처나 기업,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모인 기자단이 있고, 그 출입처와 기자단 사이에 이 사안은 당장 보도하는 것보다 나중에 보도하는 게 편하다고 합의한 뒤에 보도 시점을 통일하는 엠바고를 맺는거지.



여기서 빠진 중요한 게 있어. 엠바고는 서로 편하자고뿐만 아니라 공익적으로 당장 보도하지 않고 연기하는게 유리하다고 여겨질 때도 걸어. 보통 국내 납치 사건이나 피랍사건 등이 그 대상이지. 납치나 피랍 사실이 보도됐을 때 국민들의 알권리가 충족돼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효용보다 무장단체와의 협상이나 군사작전에에서의 어려움, 사회적 혼란 등이 클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보도를 늦추자고 할 수 있는 거지. 가령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이가 납치 됐을 때, 납치범이 ‘경찰에 알리면 애는 죽어’라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편해. 그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그 상황을 알게 돼 특종이라고 생각하고 쓸 수 있지만, 최우선은 아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는거잖아. 그를 위해선 9시 뉴스나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보도해서 범인을 자극하는 것보단 잡을 때까지 조용히 있는 게 낫다는 거지.




이는 이번 리비아 엠바고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돼. 외교부와 외교부 출입기자단 사이에서 우리 국민 한명이 납치된 사실을 당장 보도하는 것보다 군사작전이든 무장단체와의 협상이든 진행한 뒤에 보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약속한거지. 기자단 소속 기자 중에 한명이 “나는 아닌데? 지금 보도되는게 중요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쓰게 되면 위에서 말한대로 제재를 받는 거고. 이는 이번 정부에서만 한 것도 아니고 보통 일반적인 관례처럼 해왔던 거로 알고 있어.



그럼 짤방으로 돌아다닌 연합뉴스의 엠바고라 전문 취소합니다 사태는 왜 나왔을까.

내가 연합뉴스에 다니지는 않고 쓴 기자는 아니라 정확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동종업계로서 추론을 해볼 수는 있겠지.

일단 위에서 말한대로 엠바고라는 개념은 기자단과 출입처 사이의 약속이야.

즉 기자단이 아닌 기자는 출입처와 약속을 맺은 적이 없다는 거지. 그래서 엠바고가 걸렸는지 몰라. 리비아 납치의 경우 외교부를 출입하는 기자가 취재하는 기사지만, 외신을 살펴보고 전달하는 국제부 소속 기자가 취재하는 기사기도 해. 아마도 연합뉴스의 국제부 소속 기자나 당직자가 엠바고가 걸린 걸 모르고 외신에 뜬 기사를 보고 번역해서 썼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외교부나 연합뉴스 외교부 출입기자가 발견하고 엠바고니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내렸다. 다만 커뮤니티 글 지우듯 그냥 삭제하면 그사이 본 독자들은 당황할테니 왜 삭제하는지 이유를 표시한거지.



연합뉴스라는 매체 자체가 (지금은 구분이 많이 없어졌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가 아니라 신문사나 방송사와 전제를 맺고 그들에게 뉴스를 판매하는 회사기도 해. 그러니까 엠바고라 전문 취소합니다는 물품 납품한 회사에 보낸 공문 같은 개념인거지. “오늘 오후에 보낸 식자재가 유통기한이 잘못된거니 사용하지 마세요. 회수하러 직원이 출발했습니다”처럼.



기자단이 아닌 기자는 출입처와 약속을 맺은 적이 없다는 엠바고의 허점은 또 있어. 기자단이 아닌 매체는 이 약속을  한 적이 없는거야. 그러니까 지킬 필요 없다고 버팅겨도 되는 입장이고 어겨도 제재를 받지 않는 거지. 지금 네이버에 리비아납치 엠바고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곳들은 사실 매체 이름도 낯선 곳이 많을거야. 대부분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곳이지. 인터넷에서 리비아 피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깐 조회수 올리기용 기사를 막 써내고 있다고 봐도 될거야.




아무튼 개집 형들은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았음 해서 주저리 써봤어.
재미없는 글이겠지만 도움이 좀 됐음 좋겠다.
3줄 요약
1. 엠바고는 기자단과 출입처가 맺은 약속
2. 어기면 제재도 받고 지키는 게 서로에게 윈윈. 이번 정부에서만 한 건 아니다.
3. 부득이하게 깨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듯.

4 Comments
시해디츄개피예묘 2018.07.09 16:01  
요즘 하우스오브카드 보면서 엠바고란 말을 자주 접했는데.. 어림짐작했던게 맞긴 한데 정확하게 알게되서 좋넹.. 감사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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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고느뷰지큐쿄테 2018.07.09 16:04  
내가 생각하는 희대의 엠바고 관련 개새끼는

JTBC가 성완종 녹취록 깐거임... 시발 언론이 엠바고도 안지키고 단독 욕심내는건 도의 없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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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소태더크휴야새 2018.07.09 17:26  
약간 줄이고 요약에는 공익적목적이라는 말을 추가해서 유머게에 올리는게 좋을것으로 사료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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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미우메퓨유세혜 2018.07.09 17:29  
하앙 가버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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