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이혼할 것 같다던 사람입니다.
아내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이야기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이야기가 짧게 끝나서 당황스럽지만 .. 어쨌든 이야기가 끝났네요.
아내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일찍 대화하게 됐는데요 .
제가 먼저 조심스럽게 헤어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한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차분하게 대답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말을 이어가는데
아이를 낳게 된 그날 부터 지금까지 쭈욱 단추 하나를 잘못 채운 것 같았다네요 .
지울 수 있으면 지우고 싶었대요, 근데 지우게 되면 낙인이 찍힐까봐 죄책감이 들까봐 그러지 못한채 시간이지나다보니
지금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하네요.
또한 막연하게 미래가 무서웠고 두려웠다고 그래서 대학을 포기할 수도 번듯한 직장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그러더라구요.
자기도 자기가 다른 엄마들과 다르게 아이에 대해 애착이 많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 이 아이 때문에 자기 인생이 망가졌다고 그래서 악착같이 미혼인 친구들처럼
트렌디 하게 옷사고 화장하고 공부하고 돈벌고 그랬다고 자신의 흠을 조금이라도 그렇게 없애고 싶었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마음이 아팠습니다 .
아이는 그냥 태어난 게 아니었습니다 , 계획 됐던 아이는 아니지만 사랑했기에 태어날 수 있었던 아이였으니깐요.
솔직히 그 아이가 제 어깨를 조금 더 무겁게 할 수 있는 짐은 될 수 있어도 흠이 될거라 생각은 못했습니다.
저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아내가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걸
저와 아내는 처음부터 생각이 많이 달랐다는 걸 , 그래서 협력할 수 없었음을 이제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해합니다, 진심으로
지금도 낙태에 대해 인식이 안좋은데 그땐 더 심했으니깐요.
다만 사무치게 아쉽습니다.
그만큼 더 잘해줄걸, 그만큼 더 이해할걸, 더 마음을 알아주고 더 사랑해줄걸 하고요 .
제가 너무 바른사람이기에 말하면 자기를 쓰레기 취급하고 버릴 것 같았다고 무서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저 울기만 했네요
그렇게 말하는 아내를 보는건 15년동안 처음이었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거라고 상상도 못했으니깐요.
많이 힘들었겠구나 무서웠겠구나 싶은 마음에 울기만 했네요.
차라리 제가 못나게 굴어서 이혼이라도 하면 아이 혼자 키우기 힘드니 입양이라도 보낼 수 있겠지 싶었답니다.
그러면 주위에서도 날 불쌍하게 보겠지 했는데 제가 온갖 눈치 다보면서도 악착같이 가장 노릇 하니까
그게 정말 싫었답니다.
모든 연인들이 헤어질 때 이말을 한마디씩 할거라 생각하는데
저도 말했습니다 ,날 사랑했냐고 그러니 그러더라구요.
아이가 없었으면 죽고못살았을거라고 근데 이미 우리에겐 1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아이는 훌쩍 크게 됐으니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저희는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15년만에 아내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간 여행도 가고 부부심리상담도 받고 아내 혼자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많은 노력 했는데 그래도 나오지 않던 속마음들이 오늘 제가 헤어짐을 내뱉으니 알게 됐네요.
다행인건
아내도 우리가 부부로 끝난거지 아이 부모로 끝난건 아니니까
아이 엄마로서 더 신경 쓰겠다고 그러네요.
이혼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 할 것 같습니다.
아이와는 아까도 말씀 드렸다 싶이 아이가 저와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만 많이 상처 받을 것 같아서 걱정이 크네요.
그만큼 제가 더 잘하고 대화도 많이하고 아이가 원하는 한에서 함께 무언가를 많이 할 생각입니다.
제가 살던 집은 댓글에 적은대로 아내하고 장모님에게 주고 올 생각입니다.
위자료는 필요 없다고 하는데 장모님 입장은 다를 수 있으니 확정된 건 없습니다.
제가 다주고 나올까봐 걱정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다주고 싶어도 다주지 못합니다, 아이 고등학교,대학교까지 보내야 하니
아버지도 연세가 드실만큼 드셨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건강이 안좋아지시니깐요.
하지만
그래도 15년동안 여보,아내,아이엄마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또는 이름을 부르며
같은 숟가락 젓가락으로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살던 사람인지라
신경 안쓸 수가 없네요 ..
아내도 15년간 많이 힘들었을 거니깐요 ,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혼은 하겠지만 저도 아들과 아버지와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아들이 집을 따듯한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게끔 열심히 살겠습니다.
혹시 걱정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아들하고 저하고 아직까지도 많이 친합니다.ㅎㅎ
나이차이가 심하게 나는 게 아니라서 그런가 많이 친해요 .
집에 컴퓨터가 두대인데 예전엔 서든어택 같이 했고요, 요즘은 베그,메이플 같이 합니다.
아들 친구들하고도 친하고요, 코인노래방도 자주갑니다 ㅎㅎ.
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아들과 이렇게 친구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평생 일만 해서 동료는 있어도 친구가 없거든요.
아내하고는 우선 당장 내일부터라도 떨어져 살 생각입니다.
아내의 속마음을 듣고 이해하게 됐지만 15년동안 생긴 감정의 골은 깊고도 깊고
아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와 아들이 받은 상처가 없어지는건 아니기에
더 질질끌지 않고 이혼 할 생각입니다.
드라마 많이 볼 생각입니다, 일도 조금은 쉬엄쉬엄 할 생각이고요.
우선 제게 계기를 준 나의 아저씨란 드라마 부터 처음부터 볼 생각입니다.
평생 드라마 하나 보며 살지 않았는데 제게 정말 고마운 드라마네요.
아 그리고 제 글을 통해 남녀의 문제로 확대 되어 오해가 생길까봐 말씀 드립니다
순전히 저라는 사람과 아내라는 사람이 달라서 또는 이해하지 못했어서 생긴 문제이니
남녀차별의 문제로 보지는 말아주세요.
제 글을 통해 불쾌함을 느끼시거나 답답함을 느끼시게 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유머게시판 포함 많은 댓글들을 남겨주셨는데 부정적인 댓글 포함 전부 감사드립니다.
전부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이후에 올라오는 저라고 하는 모든 글들은 제가 아닐겁니다.
두번다시 이주제로 글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